우리에겐 한미연합사가 필요한가?

우리에겐 왜 한미연합사가 필요한가?

'노무현의 나라 v 한나라당의 나라' 라는 포스팅을 올리자마자 sonnet라는 분이 그 글에 트랙백을 걸어주셨다. 예비역 대장 김재창님의 강연을 정리한 것인데 아마 내 글에 대한 반박의 의미로 올리신 모양이다. 하지만 내게는 핵심을 벗어난 무척 장황한 변명 정도로만 보인다.

나는 이런 글을 남겼다.

우리 군은 독자적으로 작전을 짤 능력이 없다. 전시작전권이 미군에게 있기 때문에 우리 군의 역할은 언제나 미군의 작전에 보조를 맞추는 쪽으로만 한정되었다.

sonnet님이 올린 글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우선 우리 합참이 굉장히 훌륭한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합참이 매우 잘 조직되어 있고 훈련되어 있으며 유능한 사람들이 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우리 합참이 그런 능력을 우리에게 잘 보여 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 서해 교전이 있었을 때 그것을 지휘하고 통제했던 것은 우리 합참입니다. 또 우리 요즘 해외에 파병을 많이 합니다. 이라크에 자이툰 부대도 보내고, 걸프전 때는 수송부대도 보내고, 또 아프리카도 보내는 등, 소위 군사력을 해외에 보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그때마다 참 잘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여기서 김재창 대장님이 말씀하시는 합참의 능력은 서해교전이나 자이툰과 같은 부분적이고 국지적인 상황에만 한정되어 있다. 내가 말한 작전 짜는 능력은 하나의 전면전 자체를 기획하는 능력을 말한다. 김재창님이 말씀하신 우리 합참의 성과야말로 우리 군이 그간 얼마나 부분적이고 국지적인 임무만 맡아왔는가에 대한 반증이나 다름없다.

그밖의 북한의 위협에 대해서는 나 역시 공감하는 바이고, 결론에서 차이가 날 뿐이다. 김재창 대장님은 그렇기 때문에 한미연합사가 필요하다라고 말씀하셨지만, 나는 그렇게 한미연합사에만 의존한다면 우리 군은 언제 독자적 능력을 갖추느냐 이 말이다. 자전거 배울 때는 뒤에서 손 잡아 주는 사람이 필요하지만 영원히 그렇게 탈 수는 없지 않는가.

그 가장 좋은 기회가 노무현 때였다. 이 말이다. 남북간의 긴장도 지금과 같지 않았기 때문에 우호적인 환경에서 군의 독자적 능력을 키울 수 있었는데 사태가 지금처럼 심각해져버리면서 다시금 미군에 의존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금 당장 독립하기에는 너무 준비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쟁 억지력에 대해 한 마디 하자면 전쟁은 상호가 비슷한 수준의 병력을 지니고 있을 때에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한쪽이 다른 쪽을 월등하게 앞지른다는 판단을 하게 되면 전쟁이 쉽게 일어난다. 이제껏 남한 + 주한미군의 전투력은 너무나 월등하게 북한을 압도했기 때문에 북한이 자구책으로 핵무장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김재창 대장님은 북한과 공존 가능성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고, 북한은 언제나 우리와 긴장관계에 있는 존재라는 것이 당연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물론 군 출신이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고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민간인인 우리는 북한과의 화해 협력의 가능성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by udis | 2009/05/26 13:28 | 북한관련 | 트랙백(1)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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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a quarantine.. at 2009/05/26 13:39

제목 : [박용옥]"작전통제권 단독행사, 시기 못박으면 안돼"
[박용옥]"작전통제권 단독행사, 시기 못박으면 안돼" (업코리아, 9월 21일) 이 문제에 대해 잘 정리된 또 하나의 글이다. 내 의견은 추가해 놓은 강조로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Q)일각에서는 미 행정부가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미군 재배치 작업을 진행중에 있으며, 주한미군 역시 이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만큼 '작전통제권 이양'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며, 이에 대한 찬반 보다는 어떻게 이양받을 것이냐에 초점을 맞추어야......more

Commented by highenough at 2009/05/26 13:34
그냥 그런 이유 말고.. 기타 잡다한 각종 정치적, 외교적 이유로 인해 한미연합사는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만.. 전작권이랑은 같이 이야기하자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죠..
Commented by ▶◀AlexMahone at 2009/05/26 14:32
저는.. 625전쟁 휴전 협정을..

북한은 북한군 장교가 싸인을 하는데...

왜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미군이 해야 했는지..

어릴 때 배운 식이라면 북한군 장교가 아닌 소련군 장교가 해야 하는건 아닌지 하는 단순한 생각을 초딩때부터 했습니다.

뭐 나이 먹으니 차차 알게 되더군요...
Commented by udis at 2009/05/26 14:37
저도 어렸을 때는 서울에 주한미군 주둔해 있듯이 평양에 소련군이 주둔해 있는 줄로 알았습니다. :-)
Commented by shaind at 2009/05/31 10:11
옛날엔 북한에 주북중공군이 주둔했죠. 북한군이 확실히 재건된 60년대에 철수했지만.
Commented by 원래그런놈 at 2009/05/26 14:39
참... 주권국가로써 너무나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Commented by udis at 2009/05/26 14:42
sonnet님이 또 트랙백을 걸어놨던데 결론은 한미연합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더군요. 이 정도에 이르면 논리가 아니라 신념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만 상대할 생각입니다. ㅉㅉㅉ
Commented by 원래그런놈 at 2009/05/26 14:44
저도 참 뭐라 말하기가 힘들더군요.... 확실히 sonnet님에겐 신념의 문제라 생각됩니다. 뭐 저도 한미연합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제 신념이기도 하지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6 19:08
"나는 그렇게 한미연합사에만 의존한다면 우리 군은 언제 독자적 능력을 갖추느냐 이 말이다. 자전거 배울 때는 뒤에서 손 잡아 주는 사람이 필요하지만 영원히 그렇게 탈 수는 없지 않는가."(udis)

이 문제는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1)언제까지 그렇게 할 것인가? 2)그럼 의존성이 생기지 않느냐

1)의 답은 간단합니다. 유익하고 잘 굴러가는 제도를 계승 확대 발전시켜 나가야지 왜 일부러 없애야 합니까? NATO를 보지요. NATO는 소련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소련 붕괴 후에도 이를 없애지 않고 가맹국을 더욱 확대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미동맹은 심지어 통일 후에도 계속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왜냐하면 설령 통일을 한다고 해도 중국, 러시아, 일본 같은 주변 대국들에 비해 국력이 현저하게 떨어져서 독자 생존이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2)의 답은 박용옥 차관이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만일 작전통제권 때문에 한국군이 발전해야 할 만큼 발전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한국군 지도자들이 책임져야할 문제이지 작전통제권에게 그 책임을 돌릴 성질의 것은 아닙니다."(박용옥)


김 대장이나 박 차관은 입을 모아, 연합사를 해체하고 나면 한미동맹하에서 미국에게 우리 의사를 반영하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일방적으로 휘둘리는 종속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동맹이 계속 필요하다는 것은 '협력적 자주국방'이라는 표어에서 잘 드러나듯이 노무현 정부도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Commented by udis at 2009/05/26 19:18
1)에 대한 답변은 기본적으로 다른 나라 군대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고 있는 현재 남한의 상황이 정상적인 상황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에 대해 전혀 답변을 못하고 있습니다.

통일을 해도 주변대국들에 비해 국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우리 보다 경제력이 훨씬 떨어지는 북한도 주변국에게 할 말 다 하고 삽니다. 해방 이후 국방에 관한 모든 것을 미국에게만 의존해온 것이 우리의 국력을 현저하게 떨어지게 만든 주범이라 생각하지는 않으신지요.

2) 한국군은 전반적인 전략을 짤 이유가 없었습니다. 모든 것을 미국이 결정했으니까요. 당연히 부분적이고 국지적인 부분에만 신경을 집중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한국군 지도자들의 책임도 물론 있지요. 그런 상황을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고 미국에만 의존해왔으니까요.


연합사를 해체하면 종속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닥 수긍이 가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정황을 근거로 한 추측이니까, 저도 그 반대로 추측할 자유는 있지요.

노무현 정부가 결국 협력적 자주국방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건군 이래 육십 년 가까이 몸에 밴 대미 의존성을 하루 아침에 어떻게 바꿀 수 없었으니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겠지요.

가장 기본적으로 도대체 우리의 국방을 왜 다른 나라에게 맡기려 합니까? 미국의 태도가 돌변하면 어떻게 그 상황을 감당할 생각이신지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6 20:15
1. "다른 나라 군대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고 있는"이라고 몰아가는 구도가 적절한 것인가를 재고해보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합니다. 유럽연합군총사령관(미군대장) 밑에 자국군 부대들을 배속하고 연합방위작전을 세우는 영국, 독일 같은 유럽의 강대국들은 무슨 생각 때문에 그럴까요? 왜 동유럽의 신생독립국들이 NATO에 가입하고 싶어 줄을 설까요? 그것은 단독국방이 그만큼 어렵고 실익이 적은 길이기 때문입니다. 허세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또 있을까요.


2. "우리 보다 경제력이 훨씬 떨어지는 북한도 주변국에게 할 말 다 하고 삽니다."

북한은 그러는 동안 국민들이 백만 명 이상 굶어죽는데도 군비에 우선권을 주는 선군정치를 하고 있지 않나요. 그렇다고 그들의 안보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고, 국민은 괴롭고. 한마디로 똥폼이지요.


3. "한국군 지도자들의 책임도 물론 있지요. 그런 상황을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고 미국에만 의존해왔으니까요."

김 장군이나 박 차관은 모두 한국군에서 한 평생을 보내고 고위직에까지 올랐던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면 우리들이 질 일이다. 그러나 연합사 체제는 우수한 제도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라고 말한다는 점에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 책임이 될 수도 있는 일이 되면 발뺌하기 마련인데, 이들은 자신들이 비난받는 것조차 감수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4. "가장 기본적으로 도대체 우리의 국방을 왜 다른 나라에게 맡기려 합니까? 미국의 태도가 돌변하면 어떻게 그 상황을 감당할 생각이신지요?"

왜 막연한 가능성에 불과한 미래를 위해 현재의 확고한 이익을 걷어차야 합니까? 그건 진짜 멍청한 생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국의 태도가 돌변할 때를 대비해 역량을 키우는 것은 신중하다는 의미에서 좋은 생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연합사를 그대로 둔 채로 합참에서 하면 되는 일입니다. 김 장군과 박 차관이 주장하는 것도 그런 것이지요.

그리고 이런 논의를 해 보면 많이 느끼게 되는 것이지만 한국에는 '동맹은 관리해야 한다'라는 개념이 너무 부족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시간이 흐르면 동맹은 약화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늘 정성을 들이고 신경을 쓰며 상대 나라에 우리 입장을 대변해 줄 우리편이 충분히 존재하도록 관리를 해야 합니다. 미국의 편애를 받는다고 유명한 이스라엘의 사례(http://sonnet.egloos.com/2831705 )는 그들이 미국의 지지를 날로 먹고 있는 것이 아님을 잘 보여줍니다.

끝으로 단독국방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 나라가 강대국이란 것과 비슷한 뜻입니다. 미어셰이머의 정의를 소개하자면 국제정치판에서 가장 힘이 센 나라에 대항해 궁극적으로 이기진 못하더라도 "최강국을 심각하게 약화시키고 전쟁을 소모전으로 끌고 갈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은 있어야 강대국"이란 것이죠.

자뻑 말고 자타가 봐서 강대국이라 할 만 하다면, 단독국방을 한 가지 방안으로 고려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 영국, 독일처럼 그런 잠재력이 있어도 미국과의 동맹을 택하는 나라들도 적지 않습니다. 프랑스처럼 자존심을 위해 위험을 무릅썼다가 후에 NATO에 슬그머니 컴백한 나라도 있고요. 심지어 이런 나라들도 단독국방은 자연스러운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 두어야 합니다.
Commented by udis at 2009/05/26 20:18
오늘은 퇴근하고 운동해야 하니까 여기까지만 하고요, 성실하게 답변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죠.
Commented by udis at 2009/05/27 15:18
sonnet님/

님의 글 쭉 읽으면서 든 생각인데요, 어차피 저는 군사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각론으로 들어가면 잘 모르는 이야기 투성이입니다만, 님이 우리의 상황을 나토에 비교하셨는데,나토에 참가하는 유럽국가들이 모두 우리처럼 작전지휘권을 미국에 통째로 바쳤는지는 궁금하네요.

비유하자면 재테크에 능한 친구가 있어서 내 돈을 일부 맡기고 조언을 얻는 것은 납득할 수 있지만, 월급 계좌 전부랑 가계부까지 맡기는 건 이상하잖아요.

그리고 각론만 이야기하면 끝이 없는 것 같아서 말씀드리자면, 문제는 미국을 믿을 수 있는 나라로 보느냐 없느냐의 문제인 것 같군요. 님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저는 그렇지 않거든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7 18:00
1. "나토에 참가하는 유럽국가들이 모두 우리처럼 작전지휘권을 미국에 통째로 바쳤는지는 궁금하네요."

NATO회원국들은 그 참여 수준이 각기 다릅니다. 주된 원인은 지리적 위치인데, 예를 들어 최후방에 속하는 캐나다는 유럽에 파병할 병력만 NATO 총사령관 지휘 하에 배속하는 반면, 최전방에 속하는 서독은 전부 다 집어넣어놓고 있었지요. 그건 (소련과의) 전면전에 터졌을 때 서독같은 나라는 부대를 따로 빼놓는 게 별 의미가 없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미연합사령관의 전시작전통제권에서 한국군 부대 몇 개를 떼내어 예외로 하는 것은 지금도 미국에 통보만 하면 되는 일입니다. (그러나 불쑥 빼내면 저쪽이 우리가 무슨 새로운 꿍꿍이인지 오해를 품을 수도 있으니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쳐 동의 하에 일을 하는 게 적절한 처신이겠지요. 이런 것도 제가 앞서 말한 동맹을 세심하게 '관리'하는 태도의 일부입니다.)

그러나 그게 유익한 선택일까요? 전면전 상황에서 연합군에 소속될 부대를 빼내어 지휘를 2원화하는 것이? 결국 "재테크에 능한 친구가 있어서 … 월급 계좌 전부랑 가계부까지 맡기는 건 이상"은 현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비유입니다.


2. "문제는 미국을 믿을 수 있는 나라로 보느냐 없느냐의 문제인 것 같군요. 님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저는 그렇지 않거든요."

그럼 "이 정도에 이르면 논리가 아니라 신념의 문제"라는 말씀은 되돌려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동맹을 정착시켜 제 궤도에 올리는 일은 무척 힘든 일입니다. 기존 동맹을 유지 강화하는 일은 그보다는 훨씬 쉽습니다. 어떤 길을 선택하시겠습니까?
Commented by udis at 2009/05/27 18:12
1. 님의 설명을 듣고나니 미국의 제국주의가 어느 정도 규모로 움직이는지 감이 잡히네요. 감사합니다.

2. 예전부터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두 갈래로 빠지던데요, 가끔 제 블로그에 놀러오는 페이퍼나 해범신구같은 좃도 모르면서 무조건 좌빨반대하는 아해들과의 찌질한 말싸움. 이런 건 하도 많이 해서 어느 정도 질려요. 그리고 정말 간혹 우파의 논객이라 할만한 사람들과 이야기해 본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몇 번 있어요. 전자의 경우는 애초에 지식의 수준에서 차이가 나버리니까 토론이라기 보다는 일방적인 골탕먹이기가 돼버리는데(영양가는 없지만 한 때의 유희로는 적절하죠), 님과 같은 후자의 경우는 좀 난감하더라고요. 같은 사안을 놓고 바라보는 입장차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어떤 벽 같은 것을 느끼게 되죠. 그래서 아, 이사람은 확신범이다(?) 표현이 적절치는 않은 것 같은데 하여간 그런 느낌이 들면 길게 이야기하지 않고 핵심만 물어보죠. 어차피 거기서 모든 의견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니 잡다한 사례 나열은 시간낭비니까요.

신념의 차이 맞습니다. 님은 미어셰이머 같은 학자가 익숙한 사람이고 저는 노암 촘스키가 더 익숙한 사람이니까요. 어쨌든 우리는 한미동맹의 대가로 MD에 참여할 뻔 했고, 중국의 탄도미사일 표적이 될 뻔한 적도 있었죠. 동맹국에는 일정도 알려주지 않은 채 작전계획 5027 같은 것 짜기도 하고, 영변 폭격 계획을 짜기도 한 적도 있었죠. 더 거슬러 올라가면 가쓰라 테프트 조약을 통해 일본이 우리를 병합하는 것을 눈감아 준 나라와 현재 군사동맹을 맺고 있습니다.

우리가 힘이 약해서 어쩔 수 없다라는 변명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7 19:07
1. 재미있는 사례들을 드시는군요. 저도 예를 좀 들어 볼까요.

60년 전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대한민국이 거의 소멸할 뻔 했을 때, 우군으로 개입해 현재의 대한민국을 살려 놓은 것이 미국이지요. 현재의 한미동맹(한미상호방위조약)은 이 한국전쟁의 직접적인 결과물입니다. 그것도 우리의 강력한 요청에 미국이 양보하는 형태로 체결되었지요. 그간 남한 내부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지지가 굳건했던 것은 이때의 경험이 아주 강렬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직접 침공, 통일을 저지), 소련(침공을 후원), 일본(구 식민지배국) 등이 대안이 될 수 없었던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2. 우리가 (주변국에 비해) 힘이 약하다는 것은 변명이 아니라 그냥 냉정한 현실일 뿐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강대국과의 동맹이 안보상의 이익을 준다는 것도 현실입니다. 그걸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것은 일종의 현실도피가 아닐까 합니다.

제가 볼 때 한일동맹 혹은 한중동맹이 한미동맹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고 어떤 점에서는 더 나은 면도 있다면, 그걸 주장하는 것은 그리 이상한 생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아서 한미동맹의 반대파들은 대안적 동맹을 제시하지 못하지요.

제가 선호하는 접근은 주어진 현실을 바탕으로 각론을 쌓아올려서 제일 유력한 총론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입니다. 귀하는 일단 '미국을 믿을 수 없다'을 못 박아놓고 시작하기 때문에 저랑 평행선을 긋는 게 아닐까요?
Commented by udis at 2009/05/27 20:49
sonnet/
1. 북한 남침에 관한 거야 서로 다 아는 사실 아닙니까? 다만 저 사건 이래로 우리 사회는 미국이 우리의 생명의 은인이다라는 사고방식이 뿌리박혀서, 미국도 자신의 국익에 따라 움직이는 나라일 뿐이라는 점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아닐까요? 이라크도 이란, 이라크 전쟁 때에는 미국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만, 지금은 직접 관리 대상국가가 되었죠. 알 카에다도 원래는 미국이 후원해주었던 조직이라고 하더군요. 미국을 무조건 배척하는 것도 문제이지만(북한처럼 살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렇다고 맹목적으로 의존하는 태도도 문제라고 봅니다.

2. 동맹을 맺는 길만이 우리의 생존을 도모한다는 생각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저는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의 군사력을 유지하면서 등거리 외교를 통해 영세중립국이 되는 방안을 지지합니다.

님 역시 스스로가 '미국은 생명의 은인이다'를 못박아놓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는지요. 미국에 대한 인식차에 대한 논의가 없는 각론은 쌓아봐야 계속 삐걱거리기만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7 22:57
1. 한국전쟁 당시 북한의 남침은 다 아는 사실일지 몰라도, 한국전쟁을 거치며 현재의 한미동맹이 구체화된 과정은 그리 잘 알려진 것이 아니죠. 그 역사의 세부사항에 밝지 않은 사람들일수록 왜 현재의 한미동맹이 이런 모습을 갖게 되었는지를 잘 이해 못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2. 과거에 어떤 선택들을 했기 때문에 현재나 미래의 선택이 제약된다는 경로의존성(path-dependency)이란 개념을 들어본 적 있으십니까? 예를 들면 자연계를 선택하고 공대를 나와 박사학위까지 받았다면, 특정 직종에 취업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학습과정과 전혀 관계없는 다른 종류의 직업을 갖는 것보다 유리해 자연스럽게 선택이 제한된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한미동맹은 이런 경로의존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즉 그간 한미동맹을 통해 형성된 국제관계나 양국 당국자들 사이에 쌓아온 협력 경험이 많이 있고, 이런 것들은 우리가 무에서 출발해 아무 보기나 마음대로 고를 수는 없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3. 중립국이 중립을 지킬 수 있는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그 자신의 능력보다도 주변 강대국들의 정세에 달린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중립국이던 네덜란드-벨기에-룩셈부르크는 양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 끼어 있었기 때문에 침공의 희생양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 나라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중립을 버리고 2차대전 후에 NATO가 설립될 때 초대 가맹국으로 들어가지요.

한마디로 말해 강대국들 사이에 낀 약소 중립국은 강대국이 봐주기만 기대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중립국은 실질적으로 모든 보장을 포기한 것이기 때문에 제가 볼 때는 장점이 전혀 없습니다. 아니 장기간 성공적으로 유지되어 regime 수준으로 정착된 동맹을 갖고 있는데 뭐하러 그걸 버립니까? 그런 동맹은 새로 만들려면 엄청난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제가 볼 때 우리가 중립국을 표방해야 하는 유일한 시나리오는 미국이 우리를 갑자기 버렸는데, 달리 적당한 동맹 파트너를 구할 수가 없어 다른 대안이 없는 최악의 상황에 몰렸을 때 뿐인 듯 합니다.


4. "님 역시 스스로가 '미국은 생명의 은인이다'를 못박아놓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는지요"

저는 그런 것으로 판단을 그르칠만큼 감정적인 사람이 못 됩니다. 예를 들어 저는 지난번 이라크 전쟁에 대한 강력한 비판자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비판(http://sonnet.egloos.com/2824011 )은 대개 제가 앞서 말한 각론에 대한 검토에서 출발했던 것입니다.
Commented by 낭만여객 at 2009/05/28 01:23
음. 이런 댓글논쟁 중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두분 다 공히 감사드립니다. 특히 소넷님의 자세한 설명은 제가 묻고 싶던 것과 일치합니다.
Commented by 지나가던나그네 at 2009/05/28 09:24
제가 두분의 논쟁을 보다가 sonnet 님에게 몇 가지 궁금한게 생겼는데..

1.철없는 20대 청년들이 군대에 들어가면 사상교육중에 가장먼저 배우는게
'북한은 우리의 주적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국가안보에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등과 같은 내용이죠. 대부분 이런 내용을 주입시킬때는 북한의 특수부대의 비디오를 보여준다거나
90년대 초에만들었을까 하고 의심되어지는 구닥다리 비디오를 보여주면서
저런 사상들을 반강제로 주입시킨단말이죠. 거기다가 약속이나 한것처럼 교육장교들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미국은 우리나라의 국가안보를 유지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동맹이다"하고 말이죠
마치 "미국이 안도와주면 우리나라는 북한하고 배틀붙으면 100% 확률로 진다 ㅇㅇ"는 듯한 뉘앙스로 말이죠
그래서 이쪽 방면에 박식하신듯한 sonnet님꼐 묻는건데
"과연 우리나라와 북한이 1:1로 붙으면 지는가? 또 이 결과를 뒷받침할 근거가 확실히 있는가"를 알고싶어요
(이건 순수히 두 나라간의 국력차이를 묻는거에요..미국과 동맹상태면 반드시 이길텐데 이런건 굳이
가정 해볼 이유가 없다가 아니라 순수한 비교의 측면에서요)

2.sonnet님이 말씀하신대로 동맹은 분명 새롭게 타진해나가는 것보다는 기존의 것을 보수하는것이
훨씬 쉽고 실리가 큰 일임에는 분명하죠. 그럼 여기서 생기는 궁금점인데
sonnet님은 남한과 북한이 양립하는한 작통권은 미국에게 있는것이 옳다라고 생각하시는건가요?
그럼 영원히 자주국방이라는 단어는 영원히 포기하는게 옳다는건가요?

3.제가 어설프게 알기로는 일본에도 미군이 상주하고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있는 미군과는 달리 일본에서의 미군은 매우 신사적이고 친환경적(?)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나라가 미군측에 몇번 항의했더니 기존의 협정이 어쩌고하면서 깔끔히 무시했구요
이러한 동맹을 국민의 입장에서 볼때 과연 동맹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것이 옳은지 말이죠

전체적으로 뭐 비난하는게 아니라 순수히 궁금한 입장에서 묻는거에요.;;
다행히도 그쪽 분야에 박식하신듯해서;;평소에 궁금한것을 묻습니다
Commented by shaind at 2009/05/31 10:31
자주국방이라는 단어는 애초에 개념 자체가 애매하고 그 추구에 아무 실익도 없는 공허한 말에 불과합니다. 누구든 자기 나라를 혼자서 지키는 것보다는 더 쉽게 지키는 방법을 찾기 마련이고, 그래서 동맹이란 게 있는 거죠.

설사 우리가 북한(혹은 가상의 위협국가)을 때려눕힐 정도의 힘을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동맹국의 도움을 받아서 손목 꺾듯이 꺽어버릴 정도의 힘을 갖게 된다면 더 좋습니다. 물론 동맹국의 도움을 받아서 국방에 드는 힘을 절약할 수 있다면 더욱 더 좋겠지만 말이죠.


"자주"국방이라는 단어는 (미국이나 소련 같은) 국제세력균형의 주도적인 플레이어를 할만한 국력을 일단 획득하고 나서 고려해볼 문제가 아닌가 싶네요. 물론 실제로도 그 정도의 국가들만이 "자주"국방을 달성할 수 있었죠. 근시일내에는 그럴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01 09:18
1번은 그런 문제에 '확실한 건 없다'고 말씀드리면 될 것 같구요. 사실 미군이 있어도 북한군이 서울까지 돌파해 들어오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보시면 대략적인 감이 잡히지 않으실까 합니다, 2번은 통일 후에도 동맹은 계속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건 주변국가들에 비해 우리가 국토와 인구, 지정학적 측면에서 취약성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3번은 주둔군지위협정(SOFA) 문제를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이 문제는 지난 20년간 꾸준히 개선되어 왔습니다. 이런 류의 협정은 사실 그 나라의 국력이나 협상력과 관계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과거에도 우리와 비슷한 소득수준의 나라들보다 딱히 더 나쁘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Commented by pengo at 2009/05/28 10:04
한쪽 분은 실리를, 또 한쪽분은 명분을 중시하시는 분으로 보이니 이 토론의 결론은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둘 다 잡을 수 있다면 이상적이겠지만 세상만사가 그렇게 쉽지 않은 것 같네요.
Commented by udis at 2009/05/28 10:48
sonnet/
1. 한국전쟁 당시 북한의 남침은 다 아는 사실일지 몰라도, 한국전쟁을 거치며 현재의 한미동맹이 구체화된 과정은 그리 잘 알려진 것이 아니죠. 그 역사의 세부사항에 밝지 않은 사람들일수록 왜 현재의 한미동맹이 이런 모습을 갖게 되었는지를 잘 이해 못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 서로의 관심분야가 조금 다른 것 같군요. 저는 한국전쟁을 거치며 현재의 한미동맹이 구체화된 과정 보다는 해방공간에서부터 한미동맹이 체결되는 과정에 더 관심이 있고 그쪽 관련 세부사항은 꽤 밝다고 생각하지요.

45년 미국은 한국을 일본 영토의 일부라는 개념을 지닌 채 점령군의 자격으로 이 땅에 들어왔고, 남북을 분단한 책임이 있지요.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에게 자발적으로 작전지휘권을 넘기고, SOFA를 체결하는데 이것은 대단히 불평등한 조약으로, 이 조약에 의거 남한 사법부는 범죄를 저지른 미군에 대해 이제껏 제대로 된 형사처벌 한 건 처리한 바가 없지요. 이쪽 관련 세부 사항에 밝지 못한 사람들일수록 왜 일부에서 한미동맹에 대해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잘 이해 못하는 경향이 있지요.

2. 한마디로 말해 강대국들 사이에 낀 약소 중립국은 강대국이 봐주기만 기대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중립국은 실질적으로 모든 보장을 포기한 것이기 때문에 제가 볼 때는 장점이 전혀 없습니다.

-> 자주국방을 달성한다면 중립국이 불가능하지도 않지요. 문제는 그쪽으로는 애초에 가능성을 열어놓지 않는 막힌 사고방식이지요.

3. 아니 장기간 성공적으로 유지되어 regime 수준으로 정착된 동맹을 갖고 있는데 뭐하러 그걸 버립니까? 그런 동맹은 새로 만들려면 엄청난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 저는 지금 당장 한미동맹을 버리자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비현실적이고 감상적인 접근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다른 나라의 개입이나 간섭 없는 자주국방 실현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영세중립국 선언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동맹을 맺으면 미국과 적대적인 혹은 대립적인 세력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4. 아울러 이라크 전쟁에 대한 님의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대단히 풍부한 정보를 지니고 계시고, 미국에서 추진하는 일이라면 똥이든 된장이든 가리지 않고 설쳐대는 패거리와는 확실히 다른 분이시더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01 09:03
1. 그들(미군과 소련군)은 해방군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당시 박헌영조차도 미군이 해방군이라는 것을 공개석상에서 인정했지요. 그들이 일본을 패배시키지 않았다면 당시 우리는 독립할 가능성이 전혀 없었습니다. 둘로 쪼개지게 된 것이 안타깝지만 그나마 독립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덕입니다.

다음으로 지적하고 싶은 점은 지금 논의의 대상인 한미동맹이나 전시작전권은 "해방공간에서부터~"와는 별 관계가 없고 한국전쟁 중에 시작되어 휴전 이후에야 현재와 같은 형태로 자리잡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6.25 남침을 준비하면서 김일성-스탈린-모택동 사이에서 미군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졌고 애치슨 선언 등을 근거로 미군 개입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이 남침 결정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즉 이 말은 한미동맹이 없었기 때문에(미군 개입을 상대에게 확신시켜 남침을 포기하게 만드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침략을 조장한 결과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한미동맹의 필요성을 잘 보여 주는 예지요.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에게 자발적으로 작전지휘권을 넘기고"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때는 그냥 남북한에 전쟁이 난 정도가 아니라 남한이 일방적으로 얻어터지며 패주를 거듭해 낙동강까지 밀려가던 때입니다. 거기서 아주 조금만 더 실수를 했더라면 대한민국은 그때 소멸했을 겁니다. 다른 사치스러운 고려를 할 때가 아니었던 겁니다.

주둔군지위협정(SOFA)은 문제가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으나 1990년대 이후 한미 간에 지속적인 교섭을 통해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 목표는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이 미국과 맺고 있는 주둔군지위협정에 비해 미비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었습니다.
주한미군의 병력 규모가 축소되고 많은 기지가 통폐합되어 평택으로 집중되기 때문에 앞으로 미군과 한국인 사이의 접촉은 과거보다 더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그만큼 문제가 생길 여지도 줄어드는 거지요.


2. "자주국방을 달성한다면 중립국이 불가능하지도 않지요. 문제는 그쪽으로는 애초에 가능성을 열어놓지 않는 막힌 사고방식이지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없는데 억지로 있다고 주장하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사실 우리가 뉴질랜드 같은 지정학적 조건에 있다면 중립국이 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여기는 세계적인 강대국들이 즐비한 동북아지요. 전략적 상황을 볼까요?

중국과 러시아는 거대한 영토를 가진 대륙국으로 적의 공격을 흡수할 충분한 공간이 있습니다.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완충지대가 부족함에 두려움을 표출합니다. 과거 힘들여 획득했던 동유럽의 위성국들과 구소련 공화국들로 이루어진 완충지대가 소멸되었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북한을 보는 전통적인 시각도 완충지대입니다.

일본은 그런 종심은 없지만 바다로 막혀 있기 때문에 육군에 대한 투자를 줄여 해공군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대규모 육군이 바다를 건넌다는 것은 아주 어렵기 때문에 이는 일본에 아주 유리한 조건입니다. 나폴레옹이나 히틀러가 대륙을 제패해도 영국을 함락시킬 수 없었듯이 일본도 천연적인 장벽을 가진 셈입니다.

미국은 더 말할 것도 없이 대서양과 태평양으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핵탄도미사일 외의 방법으로 미국에게 치명적 타격을 입힌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런 유리한 조건들을 가진 나라들에 비해 남한은 반도국이라 육지로부터의 공격에도 취약하고 바다로부터의 공격에도 취약합니다. 영토가 좁고 인구도 경쟁국들에 비해 크게 부족합니다. 어느 것 하나 쉬운 조건이 없지요. 설령 통일을 한다 해도 우리가 이들과 맞서 독자적으로 안전을 보장하기는 힘듭니다. 만주라도 정복하고 완충지대로 삼을까요? 일본이 태평양에 가라앉도록 빌어 볼까요? 비현실적인 이야기지요. 따라서 한반도에 주어진 이러한 지정학적 조건은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적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조건이 마음에 안든다고 눈을 감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3. "저는 지금 당장 한미동맹을 버리자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 궁극적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다른 나라의 개입이나 간섭 없는 자주국방 실현"

결혼과 비슷하게 이별이 정해져 있는 동맹은 그 활력을 잃고 죽은 동맹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상대가 딴마음을 먹고 있는 것을 아는데 그들이 뭐가 좋다고 목숨을 걸고 우리를 위해 싸운단 말입니까? 스스로의 능력을 키우는 것은 좋으나 그것은 동맹의 발전과 병행할 때만 우리 안보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차라리 집단 안보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일본 같은 다른 나라들을 포섭해 동맹의 외연을 넓혀 나가는 것은 생각해봄직한 선택입니다. 이렇게 되면 동맹 내에서 미국의 상대적 발언권이 너무 크다는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4. "미국과 동맹을 맺으면 미국과 적대적인 혹은 대립적인 세력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과 동맹을 맺고 싶어하는 다른 나라들을 보십시오. 그들은 대개 주위에 그들을 위협할만한 세력을 이미 갖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재기를 두려워하는 동유럽이나 구소련 국가들, 혹은 중국을 우려의 눈초리로 보는 일본 등… 우리도 거기서 예외가 아닙니다. 미국과 동맹이 없다고 해서 그 표적에서 벗어날거라는 생각은 너무 순진한 것입니다.

한미동맹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미 국제사회의 기정사실이며 이를 깨라고 위협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일단 동맹을 깨고 나면 나중에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갔을 때, 미국과 다시 손잡지 못하게 위협하는 국가가 나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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