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net님의 북폭재론을 읽고

엇그제 sonnet님의 '2차 북핵위기를 돌아보며'에 대한 단상' 이라는 글을 남기자 정말 '뜨거운' 반응이 있었다. 당사자이신 소넷님은 별 말씀이 없던 가운데 이런 글을 남기셨다. 딱히 내 글에 대한 반론이라는 말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처음에 쓰신 '2차북핵 위기를 돌아보며'라는 글의 연장선상에 있는 글이라 할 수 있다.

북폭 재론(2)


두 편으로 된 글의 요지는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려 하는 것은 오해였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 소넷님은 근거 자료로,

허상1:“미국은 언제라도 북한을 공격할 기세다.”
이 오해는 나와 백악관의 동료들을 가장 곤혹스럽게 했던 것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2년 서울에서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략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밝힌 말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졌어야 했다. 물론 미국은 외교관계에 있어서 언제나 모든 선택 가능성을 열어두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대북 군사적 공격이 한번이라도 적극 고려됐다는 뜻은 아니다. 사람들은 1994년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 영변을 공격하려 했다고 생각하고, 따라서 이번 외교가 실패하면 즉각 군사 행동으로 갈 것이라고 단정한다. 클린턴이 실제로 그랬든 않든, 지금은 1994년이 아니다.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은 지하에 숨어 있어 공격이 어렵다. 게다가 지금 북한은 보복 위협을 줄 수 있는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를 그때보다 훨씬 많이 보유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북한이 미국의 공격 위협을 구실로 삼아 (6자회담에 참여한) 주변 강대국들을 분열시키고 대미(對美) 압력을 가중시키려 하는 만큼 이것이 오히려 북한을 외교적으로 도와주는 셈이 된다는 것을 알아챘다.

마이클J 그린, 내가 목격한 한미관계, 조선일보, 2006년 2월 28일

스코우크로프트: 저는 1994년 당시 국방장관이던 페리 박사가 이 문제로 씨름하고 있을 때, 북한의 핵 재처리 시설에 대한 군사행동을 권고함으로서 그에게 힘을 실어 준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그것은 상대적으로 간단한 군사 작전이었으며, 비교적 쉽게 제거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현재는 전혀 다른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의 논평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페리: 그 옵션[북폭]은 사실 지난 2003년 이래 더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스코우크로프트: 맞는 말씀입니다.

페리: 우리는 북한이 플루토늄을 얻기 위한 재처리를 하도록 방치했습니다. 한 번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방치하자 북한은 금지선을 넘어버렸고, 그 군사적 옵션은 우리에게 더이상 유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건 정말 중요한 차이입니다.

하지만 제가 국방장관이고 우리가 어려운 시기에 북한과 힘든 협상을 하고 있을 때, 군사 행동을 촉구하는 브랜트 스코우크로프트의 컬럼이 매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스코우크로프트: 그러시라고 제가 컬럼을 쓴 것이지요.

U.S. Nuclear Weapons Policy: Report of a CFR-Sponsored Independent Task Force,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2009년 5월 28일


이런 기사를 언급하셨다. 이전 글과 연결해서 메시지는 분명하다. 미국은 북한을 폭격할 의사가 없었다.(그런데 노무현 정부가 오해해서 설레발 치는 관계로 한미동맹이 흔들렸다.) 하지만 소넷님이 인용한 기사에서도 재미있는 부분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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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 그 옵션[북폭]은 사실 지난 2003년 이래 더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스코우크로프트: 맞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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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2003년 이전에는 그 옵션[북폭]은 분명히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받아들여도 무방하지 않을까?

게다가 소넷님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북폭에만 한정하고 있다. 2003년 이후 북폭이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에서 사라졌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여전히 미국은 북한에 대해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제재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고, 그것들은 북한으로 하여금 압박으로 느끼게 할 요소가 분명히 있었다. 그 제재 방안 중 하나가 PSI였고, 실제로 해상에서 미사일을 선적한 북한 화물선이 나포되기까지 했다. 또한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북한 자산을 동결시키기도 했다. 이 모든 조치는 1차 걸프전 이후 미국이 이라크에 취한 제재 조치와 흡사한 바 있고, 북한은 이라크의 경우를 많이 참조했을 것이다.

1차 걸프전 당시 조지 아버지 부시는 대량살상 무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구실로 바그다드로 진격을 멈추고 전쟁을 끝냈다. 그리고 10여 년에 걸쳐 상상을 초월한 경제 제재를 감행했다. 이라크가 팔 수 있는 석유의 양까지 미국에서 제한했고, 대량살상무기를 제조하는 과정에 조금이라도 이용될 수 있는 일체의 물질의 반입을 금지했다. 덕분에 이라크 학생들은 연필도 사용할 수 없었다. 흑연이 반입금지 물품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라크 영토 내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수시로 폭격을 가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마침내 유엔의 사찰단이 이라크 전역을 샅샅이 훑고난 뒤 미국은 본격적으로 이라크 침공에 착수했다.

김정일이 바보가 아닌 이상, 미국이 PSI를 추진하는 의도가 이라크에 했던 것과 같은 경제제재를 북한에 시도하려 한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 북한은 PSI를 처음부터 맹비난했다.

마찬가지로 노무현 역시 미국이 북한을 폭격할 의도가 없다는 말을 설령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전쟁을 끝내고 화해로 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직접적 공격이 용이하지 않자 미국은 지리한 장기전 태세로 들어갔고, 그 과정에서 한국이 위험한 선봉대 역할을 맡아주기를 바랬다.

부시, 호전적 대북관 전혀 바뀐 게 없어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 북핵문제를 놓고 대화하던 중 우리 속담을 인용, "쥐(북한 지칭)도 도망갈 구멍이 없으면 고양이를 물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자 부시 대통령은 "고양이가 5마리(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나 있으니까 (북한이란 쥐에게 당할) 걱정 없다"는 식으로 맞받았다.
  
노대통령이 다시 "그중 가장 먼저 물릴 고양이가 한국"이라고 얘기하자, 부시 대통령은 "힘센 고양이(미국 지칭)가 있으니 걱정할 것 없다"는 발언으로 대화를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부시 발언은 강경 일변도의 일방주의적 대북 정책을 취소할 생각이 없으며, 충돌 발생시 한국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일방주의를 강행하겠다는 부시의 속내를 드러난 것으로 해석돼 앞으로 커다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위의 두 단락은 팩트이고 마지막 단락은 기자의 논평이라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힘센 고양이가 있으니 걱정할 것 없다'라는 말에서, '조금 물려도 괜찮다'라는 뉘앙스를 읽어내는 것을 오독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이런 상황이니 미국에서 아무리 북폭의 가능성이 없다라고 말해도 노무현 정부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을 피납하는 일이 또 벌어지기라도 한다면? 북한으로 반입되는 물자들에 대해 미국이 직접적으로 통제하기 시작한다면? 북한에 대한 제재가 중단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전쟁이 터질 수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단순히 1차 핵위기 때 제기된 것처럼 영변 등 일부지역에 대한 외과수술식 북폭 계획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전쟁 위험이 크지 않았다고 추론하는 소넷님의 판단이야말로 나이브한 것이 아닐까?

by udis | 2009/06/23 14:21 | 북한관련 | 트랙백(1)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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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오덕의 작은 블로그 at 2009/06/24 00:42

제목 : 영변에 대한 [북폭] 옵션만 사라진거지 [군사적] ..
2차 북핵 위기를 돌아보며 - sonnet님 글 sonnet님의 '2차 북핵위기를 돌아보며'에 대한 단상 ========================================================================================== 사실 최근 이글루에 일어나는 논쟁을 보면서 관련 글을 쓸까 말까 상당히 고민했다. 왜냐면 내가 북핵 문제에 내공이 없고 모든 분들의 감정이 굉장히 고양 되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more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23 14:53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udis at 2009/06/23 14:55
감사합니다. 계속 좋은 글 부탁드리고 제가 부족한 부분은 지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Commented by sinis at 2009/06/23 15:03
정작 두분은 쿨~하게 의견을 주고받고 계신데...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악플달고 하고 있군요...이 부분을 스샷으로 찍어두고 싶습니다.
Commented by 12345 at 2009/06/23 15:34
(비유가 될려나) 미소 냉전중의 한국전, 베트남전이 생각나네요.
Commented by 삐레 at 2009/06/23 15:00
'북폭재론'에 달린 첫번째 리플에 대한 sonnet님의 답변을 읽어보고나서 글을 쓰셨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udis at 2009/06/23 15:02
미묘하게 제 글하고는 차이가 있는 질문이네요. 어쨌든 뻘소리하는 사람들만 없으면 괜찮은 토론이 될 것 같은데..
Commented by 김우측 at 2009/06/23 15:30
이 글보다는 http://shaind.egloos.com/4987941 에 대한 대답이 먼저 나오는게 순서가 아닌가 싶습니다만, 일단은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udis at 2009/06/23 15:42
아...그 분의 지적 인정합니다. 제가 불카누스라는 명칭을 처음 들어서 약간 오해가 있었는데, 전반적으로 제 논지가 흐트러질 수준의 오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 써야 할 글들이 많아서...
Commented by Crete at 2009/06/24 09:19
제가 여기 시간으로 내일가지 좀 바쁜 일이 생겨서... 죄송합니다.

그나저나 토론이 처음과는 달리 상당히 진지하고 생산적인 형태로 발전해 나가는 것 같은데요.. 왠지 저도 더~~ 눈팅을 하며 사태진전을 관람(?)하고 싶은 충동이....-.-;;

주말쯤에 저도 포스팅을 준비해 보겠습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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