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호원들의 기레기 참교육 사건에 대한 고찰

실정법의 제약 때문에 마음 속에 품고만 있던 모종의 행위를 이번 문재인 대통령 방중 기간 중에 중국 경호원들이 나 대신 저질러주었다. '쾌거'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지만 맞아 입원한 분들의 가족들을 생각해서 그러지는 않도록 하겠다.

가재는 게 편이라는 속담이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새우깡도 게 편일줄은 정말 몰랐다. '프레시안'이라고 나처럼 중독증 수준으로 뉴스를 검색하는 사람이나 겨우 알만한 인터넷 매체의 소위 기자 한 사람이 이 사태에 대한 논평을 올렸다. 이번에 처맞은 기자들의 소속인 한국일보나 매일 경제가 영덕 대게 급이라면 이 매체는 토하젓이나 담글까 말까한 새우 수준에 불과한데도 동종 업계 종사자들의 봉변이랍시고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모양이다.


1번 헛소리)

그런데 한국에서 '맞을 짓 했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야말로, 청와대 공무원도 피해자가 됐고, 청와대의 취재 허용 조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데 대해 분개해야 마땅하다. 대통령 방중 전체에 대한 성과 평가와는 별개로, 이번 일은 명백히 문 대통령 등 한국 방중단이 중국 정부를 몰아세우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건이다. "경호원이 기자를 가장한 테러리스트인지 기자인지 어떻게 구분을 하겠느냐. 폭력을 써서라도 일단 막고 보는 게 경호원의 정당방위 아닐까"라는 반응이 문 대통령 핵심 지지층에서 나오는 것은 아이러니다.  


-> 조금 있다가 이해시켜 주마. 이해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2번 헛소리)

요약하면 정부의 대응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 지지층의 언행에는 문제가 많다. 청와대·여당과도 결을 달리하는 일부 문 대통령 지지층의 반응은 정치적으로는 '한중 정상회담 앞두고 분란을 만들지 말라', 정서적으로는 '언론의 왜곡 보도에 의해 문 대통령이 정치적 피해를 보고 있었는데 속시원하다'는 식으로 요약된다. 

'기자 폭행 문제가 한중 정상 외교에 악재가 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실리적으로 봐도 이는 중국 정부에나 악재이지, 한국 정부에 악재일 일이 아니다. 한국이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통령 방중 성과에 흠집이 날까 두려워 사소한(?) 문제는 덮고 가자는 식의 주장은 전혀 정의롭지 않다. 박근혜 정부 당시, 정부 비판 소재로 악용된다며 세월호 참사든 밀양 송전탑 강제집행이든 정부 고위관계자 성추행이든 무조건 '덮자'고 주장했던 박근혜 지지자들의 수준까지 떨어져서는 안 된다. 세월호 유족들이 피눈물을 흘리는데 '박근혜에게 뭐가 정치적으로 이득인가'만 생각했던 '박사모'와 당시 청와대 공무원들은 인간보다는 괴물의 모습에 가까웠다. 나 /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 /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이익이 가치 판단의 기준을 흐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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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대응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문 대통령 지지층의 언행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문제가 많은 것은 한국의 언론이다.


핵심 헛소리)

'문 대통령은 언론 보도의 피해자'라는 주장은 일부 사실이었지만 그것은 과거의 일이다. 작년 말부터 사실상의 미래 권력이었다는 미묘한 사정을 일단 제외하고 보면, '야당 지도자 문재인'은 분명 이명박-박근혜 정권 내내 피해자였을 수 있다. 따라서 그의 지지자들이 동일시를 기반으로 피해자 정서를 형성한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됐다. 대통령 지지자들이 비판자들에게 펴는 공세가 '약자의 항의'일까, 아니면 '강자의 갑질'일까? 어떻게 봐도 주류인 대통령이나 '대통령 지지자'들이 정치 담론의 장에서 피해자나 약자를 자칭하는 것은 난센스다. 만화 <슬램덩크>의 유명한 대사처럼, "너 희 들 은 강하다."  

이 김장김치 재료로나 쓸만한 토하젓 같은 기자새끼의 여타 뻘소리는 생략했다. 혹시 내가 일부만 발췌해 전체를 왜곡하는 조선일보 수법을 쓰는 것은 아닐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위에 링크 걸어놨으니까 전문을 확인하고 싶으면 링크를 클릭하길 바란다. 나는 조선일보식 왜곡 글쓰기를 할 능력은 차고도 넘치지만 자존심 상 그딴 짓거리는 하지 않는다. 나는 기자가 아니다.

자국의 국민이, 그것도 대통령 수행 기자단이 외국 경호원에게 맞았다면 국민적 분노가 이는 것이 정상이겠지만 도리어 많은 사람들이 잘 맞았다고 환호하는 상황은 분명 비정상적이다. 그러나 이 비정상적인 상황은 이번에 처맞은 기레기들을 포함한 한국 언론이 보여준 그간의 비정상적인 행태가 초래한 필연적인 결말일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놓고 일부 보수 언론들은 정상회담의 이슈 같은 것을 보도하기보다는 중국 측의 홀대를 받고 있다는 인상을 전하는 것에만 혈안이 되었다. 급이 떨어지는 인사가 공항에 마중을 나왔네, 악수를 하는 상대가 결례를 범했네, 이 홀대론의 절정은 이른바 '혼밥론'이라는 저질적인 이슈에서 극대화된다. 중국의 서민들이 즐겨찾는 식당에 방문한 것을 두고 중국측 인사들이 함께 식사도 안 해주는 처지라는 식의 질낮은 기사가 활자회되었다. 이런 기사가 쏟아져나오면 문재인 대통령의 정적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근거로 문대통령의 업적을 깎아내리고 공격을 시도한다. 일본 구걸 방문 중에 아베를 만나 문대통령이 중국에 알현을 하러 갔다는 발정제 홍의 씨부림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이번 중국 방문을 놓고 부부 해외여행으로 깎아내리는 야당의 논평까지 등장했다.

여기에 대해 적극적인 반박을 하는 이른바 진보 언론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백번 양보해서 문대통령이 중국측에 홀대를 받았다면 그게 누구 책임일까? 국무총리가 시진핑 주석을 만나 사드 배치 절대 없다라고 호언장담해놓고 열흘만에 뒷통수를 쳐버린 박근혜 정부의 '당당함'이 원인은 될 수 있어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가물에 콩나듯이 이런 점을 잠깐 지적하는 언론이 있었다는 것마저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진보 언론들 역시 보수언론의 홀대론에 침묵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동조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결과를 낳았다.

문제는 이런 양상이 이번에 처음 겪는 새로운 양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모두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집권 기간 내내 줄기차게 시도되었던 보수 언론의 노무현 흔들기와 이른바 비판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이루어진 진보 언론의 침묵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면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기간 내내 보수언론은 털어서 먼지 안 날 사람 있냐며 끊임없이 흠집내기를 시도할 것이다. 4년 넘게 남은 임기 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진보 세력을 실망시킬만한 정책을 추진하게 될 일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혁명정부의 지도자가 아니라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특정 세력만을 만족시키는 정책을 추구할 수는 없으니까. 그런 날이 오면 진보 언론 역시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할 것이고, 보수 언론은 갑작스레 진보정신의 구현자로 돌변해 그 비판에 동참할 것이다. 좌우 양쪽에서 집중포화를 맞는 문대통령은 국정 수행의 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고, 인터넷에는 어디에 지진이 발생해도 '이게 다 문재인 때문이다'라는 댓글들이 넘쳐나게 될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잃어버린 5년'을 외치며 다시 세 결합에 나서고...

일련의 한국 민주주의 퇴보 기간에 중요한 축을 담당한 것이 언론이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이들의 언론 자유 수호 의지는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청와대 기자실을 폐쇄하자 진시황의 분서갱유 정책이라도 되는 듯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노무현 대통령을 성토했지만, 막상 이명박이 등장해서 본인에게 비판적인 YTN, KBS, MBC 기자들을 대량으로 해직하고 아이스링크로 전보 조치할 때는 침묵을 지켰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말이 고금의 진리임을 확인시켜준 행태라 할 수 있다. 박근혜가 정상회담과 런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패션 외교를 펼칠 때도 마냥 없는 성과까지 만들어서 칭찬해주던 것이 대한민국 언론이다. 그렇지만 희한하게도 대한민국 언론은 민주주의 정부만 들어서면 다시 언론 수호 의지가 드높아지고 정부 비판 정신이 철철 넘친다. 오랜 파업을 끝낸 MBC가 최초로 단독보도한 것은 임종석 비서실장의 UAE 방문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첩보 보도로 야당에게 시빗거리를 만들어준 기사였다. 민주주의가 만만한가?

이번 중국 공안의 기자단 참교육 사건 역시 이런 일련의 역사적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계속해서 문재인 홀대론을 외치던 기자단이 중국 경호원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일부 언론은 이 사건을 문재인 홀대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인양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심지어 책임을 한국 정부에게 묻기까지 했다. 우리 기자가 중국 경호원에게 맞았다면 일차적인 책임은 중국 정부에 있는 것이지 그게 왜 문재인 대통령 책임인가? 길가다가 깡패한테 맞으면 관할 경찰서장에게 손해배상 청구할 인간들이다.

같은 수법에 한 번은 당할 수 있지만 두 번을 당하면 당한 쪽의 바보스러움을 문제 삼아야 한다. 임요환에게 삼연벙을 당한 홍진호가 임요환을 욕하는 대신 본인이 폭풍 저그가 아니라 그냥 저그였다는 알 수 없는 소리를 해대며 스스로를 자책했던 것이 그 때문이다. 보수 언론의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시즌 2 '이게 다 문재인 때문이다'를 접한 순간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일사불란하게 '니들이 맞을만한 짓을 했나보지' 전술로 더 이상의 논란 확대를 막아냈다. 지도자도 없고 특별한 네트워크도 없는 사람들이 이토록 질서정연하게 보수언론의 패악질을 막아냈다는 점은 신기하고 기특할 따름이다.

이런 분위기를 전혀 모르는 새우깡 프레시안이 꼴에 같은 언론이랍시고 맞은 기자단을 옹호하고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언행을 문제삼는다. 그는 말한다. '너희들은 강하다' 본인들은 문재인 지지자라는 대오에 속해있지 않다는 것을 무의식 중에 커밍아웃하는 이 문장의 지적대로 우리 문재인 지지자들은 강하다. 그러나 이 강함은 단합된 시민의식이라는 추상적인 강함이고, 박근혜 탄핵정국과 같은 역사의 격변기에나 한 번씩 드러나는 강함이다. 그러나 적폐세력은 재력과 권력, 그들만의 네트워크라는 현실적인 힘을 보유한 집단이다. 그들은 현실 권력 곳곳에 포진해서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을 어깃장 놓고 있고, 그들과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아직 대통령 한 사람만 바뀌었을 뿐이다. 모든 것이 바뀐 것이라 착각하고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 정신 따위나 지저귀는 진보언론들은 입 처닫고, 그럴 여력 있으면 다스가 누구 것인지나 밝혀내길 바란다. 세상에 맞을 짓은 없다고? 지금 니네가 하는 짓을 일컬어 맞을 짓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중국 순방 좀 자주해 주시길 바란다. 기자단은 가능한 한도 내에서 최대한으로 늘려주시기 바란다. 종종 참교육을 당해봐야 저것들도 정신 좀 차리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이다.

by udis | 2017/12/17 13:22 | 담벼락에 욕하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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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웃긴 늑대개 at 2017/12/18 11:09
속 시원한 글 감사합니다.
기자폭행을 자꾸 문재인 홀대론에 묻어가려는 분위기가 마음에 안들었는데...
Commented by udis at 2017/12/18 19:44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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